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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청년의 유럽여행/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생장에서의 2박

병아리삼촌 2020. 3. 21. 11:37

늦은 저녁 생장에 도착한 나....!!!
다음날 바로 새벽에 출발하기엔 많이 부담스러워서 생장에서 2박을 결심하였다.
첫날엔 그냥 생장의 분위기를 조금 느끼는 정도밖에 시간이 안되었다.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으러 갔는데 현지인이 왜 한국인들은 순례길을 왜 이리 많이 걷냐는 질문을 받았다.
음... 내 생각에는 여름 방학 시즌 + 하숙집 민박의 영향 그리고 아쉽지만 여유 없는 한국이란 나라에 지친 사람들이
아마도 순례길을 걷는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종교적인 영향도 있지만 내가 걸으면서 종교적인 이유로 걷는 사람들은
많이 못 보았다.. 비율로 따지자면 20% 정도 되려나..?

짧은 영어로 설명하니 알아듣는 건지 아닌 건지.. 근데 향후 내가 30일 정도 걸으면서 수도 없이 혼자 있는 한국인인 나에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들 한다..

외국인들이랑 간단한 얘기를 하다 보면 같은 말이 반복된다.
순례길에서 제일 많은 나라는 대한민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인도 종종 보이기도 했다ㅋㅋㅋㅋ

이건 외국인들도 인정한다ㅋㅋㅋㅋㅋㅋ

한국인들이 많이 오다 보니 같은 알베르게 방에 한국인들끼리 묶어서 숙박을 해준다.
첫날 어느 남매가 왔었는데 잠깐의 인사를 끝으로 다음날 눈 떠보니 이미 출발했었다!
그러고 보니 같은 알베르게에 어머니와 같이 오신 중년 남성분도 생각이 많이 난다~

그렇게 1박을 보낸 후 다음날 약국과 마트, 등산용품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생장 마을 위에 있는 성으로 향했다!

 

 

생장 성에서 바라본 생장 마을이다
고요해 보이고, 이뻤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몇 가지 색감만 존재하는 그림 같다..
다양하지 않다 보니 마음의 편안함을 주는 거 같다!
해질 노을을 바라보면 바람을 맞아가며 생장성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내가 정말 그토록 바라던 생장이란 곳을 와있구나..
이제 내일이면 800km라는 먼 거리를 걸어야 하는구나.. 옆에 같이 있던 형에게 여기를 왜 왔는지 설명하면서
또 울컥할뻔했다.. 잘 버티었다 7개월 동안 5일밖에 못 쉬면서 밤낮없이 일했던 내 모습이 대견했고, 안쓰러웠다..
이젠 내일이면 나에게 선물을 할 시간이 온다는 그 기쁨... 정말 알 수 없는 감정이 오묘하게 섞여있는 당시였다.

 

 

알 게르게 뒷마당에 테이블이 하나 있었는데 여기서 맥주를 마시면서 마무리를 했다..
여기서 만났던 아일랜드 중년 여성분~ 정말 유쾌했고, 너무 밝으셨다ㅋㅋㅋ
신기한 게며칠 뒤 만났을 때 서로 반기면서 인사했다!!

그리고 저녁 9시? 10시쯤 문 닫은 알베르게에 노크를 한 전역한 크로아티아 군인분.. 주인아줌마는 받아주고
3인실에 한자리가 남는 내 방에 방을 배정했다..
나는 잠이 안와 뒷마당에서 그냥 어두컴컴한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데 전역한 군인이 옆에 앉았다..
완전 기억이 안 나지만 독일에서 19살까지 살았고, 크로아티아로 넘어가서 군인 생활을 했으며, 파병을 정말 많이
다녔다고 말했고... 지금 전역한 이유는 파병 중에 다치고 난 후 몇 개월을 병원에 입원하고 이제는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라 제대를 했다고 했다..

슬펐다.. 그리고 멋있었다 사실대로 유감이지만 파병에 대한 부분도 멋있다고 말했더니
슬픈 표정으로 그 군인이 말했다.
나는 군 생활을 하면서 가족도 친구도 돌아갈 집도 잃었다.. 남은 게 없다면서 약간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친구에게 물었다 언제 출발할 거야? 오늘 너무 늦지 않았어?라고 물으니 아마도 내일은 힘들고 모래쯤 출발한다고 했었는데.. 역시 군인은 다르다.. 다음날 분명 나 출발하기 전까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론세스바예스에서 만났다ㅋㅋㅋ

생장에서 2박을 했지만 어찌 보면 1.5일정도 머무른 시간 동안에 벌써 몇몇의 인연들을 만났다..
순례길은 그렇다.. 성별, 나라, 인종, 나이다 상관없이 우린 같은 목표를 향해 걷는다.
같은 목표가 같다 보니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하며, 서로의 마음을 잘 알 수 있기도 하다.
그런 곳이 순례길이라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 더욱 더 그리워지고 있다..